※ 이 글은 Startups Magazine에 게재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실버 쓰나미’를 가장 먼저 마주한 두 나라
일본과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먼저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국가로, 앞으로 수십 년간 전 세계가 겪게 될 인구 구조 변화를 가장 먼저 체감하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급속한 고령화와 저출산의 여파는 노동시장, 의료 시스템, 지역 커뮤니티 인프라 전반에 걸쳐 지속적인 구조적 부담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양국 모두에게 중대한 도전 과제를 던지고 있지만, 동시에 이를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영국 기업에게는 새로운 시장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일본 인구의 40%, 한국은 42%가 65세 이상?
2065년이 되면 일본 인구의 약 40%, 한국 인구의 42%가 65세 이상 고령층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두 나라는 명실상부 세계에서 가장 ‘노령화된 사회’로 자리 잡게 됩니다.
이미 2022년 기준으로도, 일본 건설업 종사자 중 55세 이상 비중이 36%를 넘었으며, 이 수치는 지금도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구 구조의 변화는 사회와 경제 전반의 형태를 바꾸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신규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가정에서는 부모 세대를 더 오래 돌봐야 하며, 산업과 농업 역시 심각한 인력 부족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고령층의 연금 수령 증가에 따라 현역 세대의 세금 부담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으며, 이는 인프라와 공공서비스, 복지 시스템의 재정 마련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기술이 답이 될 수 있을까: 급성장 중인 에이지테크
이러한 상황 속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에이지테크(agetech)’입니다.
고령화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 기반 솔루션 산업인 에이지테크는 현재 일본과 한국 모두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 일본의 고령자 대상 전체 시장 규모는 약 5910억 파운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헬스케어, 스마트 리빙, 금융 서비스 전반에 걸쳐 높은 수요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실버 이코노미’ 역시 2020년 약 4070억 파운드에서 2030년에는 6980억 파운드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건강 관련 기술은 높은 수요를 보이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61%에 달하는 고령층이 세 가지 이상의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에이지테크는 단지 의료 분야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로봇공학, 인공지능(AI), 스마트 리빙, 에듀테크, 핀테크, 사회적 돌봄에 이르기까지 영국 기술 기업이 보유한 다양한 전문성이 기여할 수 있는 영역이 넓게 열려 있습니다.
일본: 기술을 일상으로 받아들인 사회
일본 정부는 고령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에이지테크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고령사회대책기본법이나 의료서비스 사회실증 프로젝트와 같은 정책을 통해 ICT, 로봇, 인공지능(AI)을 노인 돌봄 서비스에 통합하려는 노력이 정부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스마트 헬스케어 의류를 개발하는 Xenoma나, ‘세계에서 가장 치료적인 로봇’으로 불리는 PARO를 개발한 국립산업기술종합연구소(AIST)와 같은 사례는 일본이 어떻게 기술을 통해 고령자의 삶의 질을 높이려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현재 일본에서 에이지테크가 특히 활발히 적용되고 있는 분야는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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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케어 & 원격 모니터링: NTT도코모의 ‘라쿠라쿠 폰’처럼, 직관적인 UI와 건강 관리 기능이 결합된 고령자 전용 기기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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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리빙 & 로보틱스: 간병 로봇, IoT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 AI 홈 어시스턴트 등이 일상 생활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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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농업 기술: Komatsu의 ICT 탑재 불도저 등은 고령화로 인력난을 겪는 농업 분야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 금융 및 생애 후반기 설계: ‘Yorisou’, ‘Famitra’와 같은 디지털 플랫폼은 고령자의 유산관리와 재무 계획을 손쉽게 도와주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이러한 기술 활성화를 위해 보조금과 연구개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이는 AI 기반 건강 모니터링, 원격 진료 솔루션을 보유한 영국 기업들에게도 매우 유리한 환경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 빠르게 확장 중인 실버 경제
한국은 일본과 유사한 인구 구조를 갖고 있지만, 고령화 속도는 훨씬 더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세계 최저 출산율(0.74)을 기록한 데다, 늘어나는 의료비 부담까지 겹치면서 정부는 에이지테크(Agetech)를 차세대 핵심 산업으로 보고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4차 산업혁명 기반 고령자 돌봄 산업 육성 전략’은 AI와 IoT를 활용한 응급 대응 및 건강 모니터링 서비스 도입을 중심으로,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100세 시대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100세 시대, 건강과 돌봄 혁신’을 주요 국정 과제로 내세운 바 있습니다.
정부 주도로 마련된 88만 개의 시니어 일자리 프로그램에는 의료비 감면, 디지털 교육, 돌봄 서비스 등이 함께 제공되고 있으며, 이는 고령 인구의 사회 참여를 더욱 활발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실버테크 분야는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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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의 자립을 돕는 스마트홈 기술: AI 기반 생활 모니터링, 맞춤형 영양관리, 비대면 진료 서비스 등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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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 및 식사 관리: 고령자의 영양 상태를 AI로 분석해 필요한 영양소를 추천하고,
메디컬 푸드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TopTable은 2024년,
고령자 맞춤형 영양보충식을 출력하는 4D 식품 프린터 'iink'를 출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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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 보조 로봇: 현대 로보틱스와 한화 로보틱스는 착용형 모빌리티 기기 및 간병 로봇을 선보이며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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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돌봄 시스템: 의료와 장기요양을 하나로 통합하는 한국의 파일럿 프로젝트는 스마트 헬스케어 솔루션을 가진 영국 기업들에게도 진입 기회를 열어주고 있습니다.
이미 삼성, LG, SK, CJ 등 대기업들이 에이지테크 제품을 적극 개발하고 있는 가운데, 2023년 기준 이 시장은 연평균 23%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2030년에는 노인 대상 케어 기술 소비만 약 3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국내 기술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해외 기업에게도 이 시장은 블루오션입니다.

협업 가능성
다행히도 일본과 한국 모두 해외 기술 기업과의 협업에 아주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영국과의 협력은 이미 여러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2019년 영국 테리사 메이 총리 시절에는 당뇨병, 심장 질환, 관절염 등 만성 질환에 대한 치료법을 공동 개발하기 위해 영국-일본 정부 간 3천만 파운드 규모의 공동 연구 프로그램이 체결된 바 있습니다. 이 협력은 2024년에 신약 개발 및 진단기술 공동연구를 위한 영국-일본 공동 연구 지원 사업으로 확장되며 지속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역시 최근, 디지털 혁신을 통한 경제 및 건강 혜택 창출을 목표로 하는 공동 R&D 프로젝트에 기업 주도 방식의 연구개발 자금을 배정했습니다.
영국 외 기업들과의 협력 사례도 눈에 띕니다. 2024년에는 미국 고령자 주거 서비스 운영사 Thrive가 서울 기반 부동산 기업 GH Partners와 합작해 한국 전역에 시니어 친화형 주거 모델을 구축하기 시작했습니다.
한편, 낙상 예측용 AI 스마트 조명을 개발한 벨기에의 Nobi는 일본 벤처캐피탈 15th Rock의 투자를 유치하며 일본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이처럼 양국 모두 해외 혁신 기술에 열린 자세를 보이며 실질적인 협력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영국 기업이 적극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입니다.
‘블루오션’이기 전에… 일본·한국 시장의 진짜 진입 장벽은?
물론, 일본과 한국 시장은 그만큼 진입 장벽도 높습니다.
무엇보다 두 나라 모두 의료 및 기술 관련 규제가 매우 엄격하며, 개인정보 보호법(PIPA) 아래 건강 정보는 민감 정보로 분류됩니다. 따라서,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라면 현지 파트너와의 협업, 그리고 인증 취득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또한, 고령층 소비자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서비스는 직관적이고 접근하기 쉬우며,
현지 문화에 맞는 섬세한 사용자 경험(UX)을 제공해야 합니다.
이 외에도, 현지 유통 채널의 구조, 정부의 보조금 제도 활용 방법, 기존 산업 생태계와의 연결 방식 등을 사전에 충분히 조사하고 전략을 세워야만 시장에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습니다.
위기인가 기회인가? 고령화 사회와 기술 기업의 역할
일본과 한국의 고령화 문제는 단순히 인구 통계학적 위기를 넘어서, 영국 기술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전략적 기회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양국 모두 정부 차원의 지원, 그리고 급증하는 소비자 수요라는 두 가지 강력한 기반이 마련되어 있으며, 이미 관련 기술에 대한 수용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정부 정책과 보조금 흐름을 정확히 이해하고, 현지 문화에 맞는 제품을 설계하며,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와 손잡고 지속 가능한 진출 전략을 수립하는 일입니다.
AgeTech 산업은 앞으로 수십 년간 글로벌 기술 분야를 선도할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입니다. 이 변화의 흐름 속에서, 영국 기업이 핵심적인 역할을 해낼 수 있는 무대는 이미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 글은 인트라링크 런던 팀의 히카루 야마모토(Hikaru Yamamoto) 프로젝트 매니저와 한국 오피스의 류재민(Jaemin Ryu) 프로젝트 코디네이터와 함께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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