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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넷제로 전환, 어디까지 왔나

작성자: 아이윱 와히디 (Ayoub Ouahidi) | Jan 15, 2026 5:00:00 PM

글로벌 에너지 기술 혁신가들을 위한 새로운 기회

이 기사는 스타트업 매거진(Startups Magazine)에도 게재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은 매우 야심 찬 탈탄소화 목표를 세우고 있다. 2030년까지 발전, 산업, 수송, 건물, 폐기물, 수소,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등 8개 분야에서 국가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것이 그 골자다.

하지만 한국이 처한 상황은 결코 녹록지 않다. 한국 경제는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중심의 전력 시스템, 그리고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위주의 산업 구조를 기반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교통 시스템 또한 탄소 집약적이다. 실제로 에너지, 산업, 수송 섹터는 국가 전체 배출량의 각각 37%, 36%, 14%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기후 전략은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을 위한 기술 확보에 강한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CCUS, 수소 환원 제철, 바이오 플라스틱, 해상 풍력 등 많은 해결책은 아직 기술적 성숙도가 낮거나 대규모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한 상태다.

정부와 산업계는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2030년까지 클린테크 분야에 약 990억 달러(약 130조 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한국이 필요한 혁신 기술을 찾기 위해 점점 더 해외로 눈을 돌림에 따라, 전 세계 기후테크(Climatetech) 기업들에게 유례없는 기회가 열리고 있다.

먼저 한국 에너지 섹터의 과제와 글로벌 혁신가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분야를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산업 및 수송 섹터의 탈탄소화에 대해서는 조만간 별도의 글을 통해 다룰 예정이다.

에너지 믹스의 대전환, 그 거대한 여정

한국은 여전히 원자력(32%), 석탄(28%), LNG(28%)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반면 2024년 기준 재생에너지 비중은 약 10.5%에 불과하며, 이는 OECD 국가 평균인 41%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최근 발표된 에너지 로드맵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2038년까지 석탄과 LNG 비중을 각각 10%로 낮추고, 원자력은 약 35% 수준을 유지하며, 재생에너지는 33%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수소 및 연료전지는 추가로 7%를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대전환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해상 풍력, 고효율 태양광, 수소, 차세대 원자력이라는 4대 핵심 기술 분야에서 비약적인 진보가 필요하다.

척박한 지형을 극복하는 바다와 태양의 기술

한국의 지형은 재생에너지 확산에 큰 제약 요소다. 국토 면적은 영국의 약 절반에도 못 미치고 그나마 70%가 산악 지형이라, 육상 풍력이나 대규모 태양광 발전을 위한 공간이 부족하다. 이에 따라 한국은 해안선을 활용하고 발전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해상 풍력차세대 고효율 태양광 기술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2030년까지 17GW 이상의 풍력 발전 용량을 확보하겠다는 목표에도 불구하고 현재 승인이나 건설이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11개(약 3.5GW)에 불과해 진척이 더딘 편이다. 한국은 해상 건설과 조선 분야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지만, 14MW급 이상의 대형 터빈 기술, 부유식 풍력 구조물, 첨단 운영 및 모니터링 시스템 경험은 여전히 부족하다.

한국 기업들은 이 격차를 줄이기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와 유니슨은 10MW급 이상의 터빈을 개발 중이나, 20MW급 모델을 생산하는 지멘스 가메사(Siemens Gamesa) 등 글로벌 선두주자들에 비하면 아직 뒤처져 있다. SK에코플랜트와 대우건설 역시 하부 구조물과 부유식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태양광 분야에서 한국은 오랫동안 주요 플레이어였으나, 최근 저가 공세를 펼치는 중국 제조사들로 인해 도전에 직면해 있다.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한국 기업들은 효율 30% 이상의 탠덤(Tandem) 셀차세대 태양전지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화큐셀은 2027년까지 탠덤 셀을 상용화하고 이론적 한계치인 44%에 근접하는 효율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첨단 소재, 페로브스카이트, 고효율 셀 구조를 전문으로 하는 해외 기업들에 매력적인 시장을 제공한다.

 

원전 강국의 새로운 엔진, SMR과 원자력의 미래

한국은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전 기술 수출과 소형 모듈 원자로(SMR) 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정부는 2028년까지 170MW급 SMR 상용화를 위해 3억 달러를 배정했다.

국내 대기업들은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성장하는 SMR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SK그룹은 빌 게이츠가 설립한 테라파워(TerraPower)에 2억 6,800만 달러를 투자했으며, 두산에너빌리티, 삼성물산, GS에너지 등은 뉴스케일 파워(NuScale Power), 엑스-에너지(X-Energy) 등 미국 SMR 개발사와 손을 잡았다.

이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첨단 원자로 설계, 모듈형 건설 기술, 디지털 트윈 솔루션, 안전 및 모니터링 시스템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들에게 기회의 문이 활짝 열려 있다. 또한, 한국은 2060년까지 장기 저장 시설 구축을 목표로 중·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를 위한 혁신적 솔루션을 모색 중이다. 핵융합 발전 역시 한국이 큰 잠재력을 가진 분야지만, 상용화를 위해서는 폭넓은 국제 협력과 투자가 필수적이다.

넷제로의 퍼즐을 완성할 핵심 열쇠, 수소 경제

수소는 한국의 2050 넷제로 로드맵의 핵심이다. 대규모 수소 생산, 저장, 활용에 이르는 밸류체인 전반에 막대한 투자가 예고되어 있다.

특히 수소 연소 및 터빈 시스템이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수소 50% 혼소 400MW급 가스 터빈을 개발하는 등 수소와 LNG 혼소 기술이 시작되었으나, 혼소율을 높여 최종적으로 100% 전소 터빈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글로벌 선도 기업과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한국은 10MW급 양이온 교환막(PEM) 및 알칼라인 수전해 장치를 개발할 계획이지만, 고체산화물 수전해(SOEC)음이온 교환막(AEM) 시스템 같은 신기술 분야의 전문성은 아직 부족하다. 이 분야가 바로 해외 혁신가들에게 큰 기회가 될 지점이다.

수소 활용 측면에서는 이미 해외 기술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영국 클린 에너지 기업 세레스(Ceres)와 한국의 두산이 맺은 3,600만 파운드 규모의 계약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이 협력을 통해 한국 최초의 고효율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제조 시설이 건설되어 현재 가동 중이다.

한국은 필요한 그린 수소의 대부분을 수입할 계획이므로, 수소의 저장, 운송 및 전환 기술도 필수적이다. 2040년까지 40,000m³급 액체 수소 탱크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어, 액상유기수소운반체(LOHC), 액화 기술, 대규모 암모니아 저장 및 운송 기술을 가진 글로벌 혁신가들의 수요가 높을 전망이다.

함께 그려나가는 지속 가능한 미래

결론적으로 한국의 넷제로 전환은 국가적인 명운이 걸린 거대한 과업이다.

에너지 섹터의 탈탄소화라는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적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독보적인 기술력과 전략적 접근 방식, 그리고 현지 파트너십을 갖춘 전 세계 기업들에게 한국은 거대한 기회의 장이 될 것이다. 산업과 수송 섹터 역시 마찬가지이며, 이에 대해서도 곧 상세히 다룰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