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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넘어 양자로: 한국 신약개발 R&D의 다음 화두를 묻다

유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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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반 신약개발은 업계에서 익숙한 화두가 됐습니다. 그렇다면 그 다음은 무엇일까요?

인트라링크 코리아 유재민 매니저가 최근 KPBMA와 함께 기획한 ‘신약개발을 위한 양자 컴퓨팅: AI를 넘어 차세대 R&D’ 웨비나를 통해, 한국 제약·바이오 업계가 왜 지금 양자컴퓨팅을 주목해야 하는지, 그리고 글로벌 양자 생태계와의 연결이 왜 중요한지를 짚어봅니다.

(예상 읽기 시간: 약 5분)

지난 몇 년간 AI와 머신러닝은 신약개발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술이었습니다. 후보물질 발굴, 타깃 탐색, 데이터 분석, 예측 모델링에 이르기까지 AI/ML은 제약·바이오 R&D의 속도와 효율을 높이는 핵심 도구로 자리 잡았습니다. 한국 시장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많은 기업이 이미 AI 기반 신약개발 역량을 강화해 왔고, 이를 미래 경쟁력의 핵심 축으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기술은 늘 다음 질문을 던집니다.

AI 다음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해 최근 여러 산업에서 점점 더 자주 거론되는 답이 바로 양자컴퓨팅입니다. 인트라링크에서 AI 및 양자 관련 프로젝트를 다수 수행하며, 양자 기술이 산업 현장에서 가장 큰 파급 효과를 낼 수 있는 분야 중 하나가 바로 신약개발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실제로 주요 글로벌 컨설팅 그룹에 따르면, 향후 양자컴퓨팅이 창출할 전체 경제 가치 중 가장 큰 비중(30~40%)을 차지하는 분야가 제약·바이오입니다. 분자나 단백질 구조의 양자화학적 시뮬레이션을 통해 후보물질 발굴 및 임상 진입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기존 슈퍼컴퓨터의 한계를 뛰어넘을 핵심 시장으로 꼽힙니다.

물론 양자컴퓨팅은 아직 초기 단계 기술입니다. 당장 모든 연구 현장을 바꿀 만큼 성숙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분자 시뮬레이션, 결합 친화도 예측, 복잡한 생물학적 상호작용 모델링처럼 기존 컴퓨팅이 한계에 부딪히는 지점에서는 분명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양자 기술이 AI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AI·HPC·양자컴퓨팅이 상호보완적으로 결합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그동안 AI/ML 기반으로 신약개발 R&D를 진행해 온 바이오·제약 전문가들과 양자 기술의 도입 가능성과 인사이트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했습니다. 이에 KPBMA에 웨비나를 제안했고, 단순한 기술 소개를 넘어 산업 적용의 전체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밸류체인 전반을 아우르는 연사진을 구성했습니다. 하드웨어, 플랫폼,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 연구기관을 한자리에 모아 양자컴퓨팅이 신약개발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입체적으로 제시하고자 했습니다.

 

왜 지금 ‘양자’인가?

신약개발은 본질적으로 계산 집약적인 산업입니다. 단백질 구조 분석, 분자 간 상호작용, 도킹 및 결합 모드 예측, 대사 경로 검토, 독성 및 효능 예측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연산과 정밀한 시뮬레이션이 필수적입니다. AI가 이 과정의 속도를 크게 높였지만, 여전히 고전적 연산 방식만으로는 처리 효율과 정밀도 면에서 한계가 남는 영역이 있습니다.

바로 여기서 양자컴퓨팅이 주목받습니다. 양자 기술이 만능 해결책은 아니지만, 특정 계산 영역에서는 기존과 전혀 다른 차원의 접근을 가능하게 합니다. 특히 제약·바이오 산업에서는 분자 수준의 복잡성을 한층 정교하게 다뤄 더 빠르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돕습니다. 지금 시장이 고민해야 할 것은 “양자가 AI를 대체할 것인가”가 아니라, “현재의 AI 중심 R&D 구조에 양자를 어떻게 단계적으로 접목할 것인가”입니다.

 

이번 웨비나가 보여준 것: 기술이 아닌 생태계

이번 웨비나는 단순히 네 개 기관의 발표를 나열한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그보다 중요한 성과는 서로 다른 시각이 모여 하나의 명확한 지향점을 완성했다는 점입니다. 한국 양자컴퓨팅 시장이 발전하려면 단편적인 기술이나 개별 솔루션을 넘어 생태계 중심의 접근이 필수적이라는 핵심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먼저 연구기관 측면에서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이 양자와 바이오의 접점을 제시했습니다. 생명현상 자체에 내재한 양자적 메커니즘부터 양자 센싱과 컴퓨팅을 활용한 고해상도 이미징 및 신약 설계, 생체 구조를 닮은 차세대 양자 소자 가능성까지 폭넓은 관점을 공유했습니다. 특히 AI·HPC·양자를 결합한 ‘분석-시뮬레이션-실행-정교화’의 흐름과 감염병 및 노화 생물학 기반 유즈케이스는, 양자 기술이 더 이상 추상적 개념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생명과학 연구 과제와 긴밀히 연결되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네덜란드의 초전도체 QPU(양자 처리 장치) 전문 기업인 QuantWare가 유틸리티 스케일 양자컴퓨팅을 위해 왜 하드웨어 아키텍처 확장이 중요한지 설명했습니다. 양자컴퓨팅의 잠재력이 아무리 커도, 실제 산업 현장에서 의미 있는 계산을 수행하려면 필요한 연산 능력을 뒷받침하는 하드웨어 스케일업이 필수적입니다. 신약개발과 같은 고난도 산업 적용은 결국 ‘고도화된 어플리케이션’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어플리케이션을 떠받칠 수 있는 계산 인프라의 상생발전이 필수입니다. 

플랫폼 관점에서는 양자컴퓨터 ODM 전문기업 SDT가 연구자들이 실제로 양자 하드웨어에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많은 기업이 양자컴퓨팅에 관심은 있지만, 막대한 투자를 집행하기 전에 “무엇을, 어디까지, 어떻게 실험할 수 있는가”를 먼저 확인하고 싶어 합니다. SDT가 소개한 하이브리드 연구 환경과 QuREKA 플랫폼은 바로 그 진입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합니다. CPU 개발환경, GPU/HPC, 양자 에뮬레이터, QPU 백엔드를 하나의 연구 환경으로 묶는 접근은, 향후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양자 PoC를 시작할 때 매우 현실적인 모델이 될 것입니다.

애플리케이션 측면에서는 양자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인 Quantum Intelligence가 신약개발에서 양자컴퓨팅이 만들어낼 실질적 이점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도킹, 결합 친화도(binding affinity) 계산, 결합 모드 예측(binding mode prediction), CYP450 등 약물대사 관련 유즈케이스는 업계 실무자들에게 특히 직관적인 주제입니다. 또한 AI의 결과와 양자의 잠재적 우위를 비교하는 접근은, 기술 간 경쟁 구도가 아니라 기술 간 역할 분담과 성능 보완이라는 방향성을 생각하게 합니다.

 

 

한국 시장이 읽어야 할 신호

이번 웨비나는 한국 제약·바이오 시장에 가지 분명한 신호를 던졌습니다.

첫째, 양자컴퓨팅은 더 이상 제약·바이오 업계와 무관한 먼 미래의 기술 담론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상용화와 대규모 산업 적용까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지금 필요한 것은 섣부른 전면 도입이 아니라 충분한 이해와 학습, 실험, 그리고 선택적 PoC입니다. 지금부터 준비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격차는, 기술이 본격적으로 실용화되는 시점에 훨씬 크게 벌어질 수 있습니다.

둘째, 한국 시장은 이미 AI 기반 신약개발 경험을 탄탄히 축적해 왔기에, 양자 도입 논의를 시작하기에 최적의 토대를 갖추고 있습니다. AI/ML을 직접 다뤄본 기업일수록 어떤 문제가 기존 방식으로 잘 풀리고 어떤 문제가 여전히 난제로 남는지 더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즉, 양자컴퓨팅의 가치를 가장 명확히 검증할 수 있는 주체 역시 바로 이들입니다.

셋째,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은 결코 한 기업이나 개별 기술의 힘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연구기관, 하드웨어 기업, 플랫폼 기업,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 기업, 그리고 이를 산업 수요와 잇는 조력자가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웨비나는 단순한 정보 전달 세션을 넘어, 한국 시장이 향후 글로벌 양자 생태계와 어떻게 맞물려 협력해 나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였습니다.

 

인트라링크의 역할: 연결은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번 웨비나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KPBMA)가 주최하고, 양자 기술과 바이오·제약 산업의 접점을 함께 살펴보는 자리로 마련됐습니다. 인트라링크는 한국바이오협회와 함께 세션을 기획하며, 양자 생태계의 다양한 영역을 대표하는 연사진을 구성해 국내 바이오·제약 전문가들이 기술의 현재와 산업적 가능성을 폭넓게 살펴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인트라링크는 국내외 양자 기업들과 쌓아온 네트워크와 프로젝트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 한국 시장에 어떤 논의가 필요한지, 또 어떤 이해관계자들이 모여야 가장 효과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를 깊이 고민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 그 자체뿐 아니라, 적절한 시점에 적합한 인재와 기술, 시장을 잇는 실행력이기 때문입니다.

산업계 입장에서는 양자컴퓨팅이 아직 낯설어 어디서부터 검토해야 할지 막막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글로벌 양자 기업 입장에서는 한국 제약·바이오 시장의 실제 관심사와 수요를 파악하고, 어떤 산업적 언어로 다가가야 할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간극을 좁히고 상호 신뢰와 협력의 발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현지 시장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글로벌 기술 네트워크를 겸비한 연결자의 역할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AI 다음을 준비하는 시장

한국 신약개발 시장은 이제 AI 도입을 넘어, AI 다음의 계산 패러다임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를 묻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비단 신약개발 분야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국 정부 역시 양자기술을 AI 이후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전략기술로 보고 법·제도 정비와 산업 육성 기반을 본격적으로 마련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내년부터는 양자 애플리케이션 및 활용체계 구축을 포함한 여러 정부 지원 사업이 본격화되며, 산업별 적용 사례 발굴과 클러스터 조성도 함께 추진될 예정입니다. 이러한 정책적 기반 위에서 시장의 선발주자들은 이미 협업과 실증을 통해 시장을 선점하고 기술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제약·바이오 분야는 그 변화가 가장 먼저 가시화될 핵심 영역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아직 양자컴퓨팅은 추가적인 검증과 실험이 필요한 기술입니다. 그러나 산업 경쟁력은 기술이 완전히 무르익은 뒤에 확보되는 것이 아니라, 발전해 나가는 과정에서 얼마나 빠르게 이해하고 지식과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갖추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웨비나는 한국 제약·바이오 업계가 단순한 ‘도입’ 이전에 ‘양자 준비도(quantum readiness)’를 먼저 점검해야 할 시점임을 명확히 보여준 자리였습니다.

 

그리고 그 준비는 혼자서 시작되기보다, 올바른 생태계와 연결될 때 훨씬 빨라집니다. 인트라링크가 KPBMA와 함께 이번 웨비나를 기획하고, 글로벌 양자 기업 및 기관들과 한국 시장을 잇는 데 힘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AI 기반 신약개발이 익숙해진 지금, 우리가 답해야 할 질문은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양자 이득은 언제 올 것인가가 아니라, 우리는 그 결정적 시점이 오면 얼마나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가?

 

글로벌 양자 파트너십 구축 및 해외 시장 진출 관련 문의: Jaemin.Ryu@intralinkgrou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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